가는 길에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가는 길에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다.

어떤 책은 내가 가진 문제들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을때가 있다. "시가 마음을 만지다"도 그런 책 중의 한권이다. 지은이 최영아는 시로 심리를 치유하는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우울하고 조용하게 젊은날을 보내고 중년에 도달했다.
언제나 겨울 안개처럼 무겁게 드리워져 있는 무력감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나는 하루하루 텅비어 있는 삶의 여백을 우울로 메우며 살았다. 당연히 내 삶은 도미노처럼 차례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문득 나를 구해야 할 사람은 나뿐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나를 구해야 할 사람은 나뿐이라는 깨달음. 이 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이다. 우울함과 무기력으로 고생한 경험 후에는 보통 이런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 인식을 얻는 것도 힘들지만, 구체적으로 실천해나가는 것도 힘들다. 책의 작가는 시를 읽음으로써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 후 작가는 즐거움에 들뜨는 것에 죄의식을 갖지도 않게 되었고(예전에 그는 즐거울 때면 뭔가 불안했다고 한다) 현재 한없이 편안하고 자유롭다고 고백한다.
중요한 것은 시를 크게 소리내어 읽는 것이다 라고 책은 주장한다. 시 분야에 무지한 내게 계몽과 같은 생각이다. 가끔씩 시를 읽어보겠다는 생각이 들고, 때로는 수첩에 적어놓기도 했지만 항상 뭔가 부족했다. 묵음 또는 가성으로 조용히 읽어보아도, 몰입이 충분하지 않았고 외우기 힘들었다. 작가는 "글로써 접할 땐 의식의 표면에만 머물던 막연한 이미지가, 낭송을 해보면 그 뜻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고 한다.
바이오 튜닝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제프리 톰슨이라는 미국의 세계적인 신경 음향학자가 주장하는 이론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각자 고유의 목소리 주파수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뇌와 몸을 지배하며 모든 세포들을 살아 숨쉬게 한다고 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을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것만이 우울한 세상 속에서 마음을 건강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귀귀울이는 것. 너무 소홀히 해온 것 중의 하나이다. 현대인들은 "제대로" 들을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내면을 듣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불만은 제대로 들어줄 필요가 있다. 일본의 유명한 카운슬러 가와이 하야오는 카운슬링에서 중요한 것이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타인의 불만을 들어줄 때 뿐만아니라, 자신의 불만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가슴이 답답하고 뭐가 문제인지 모를때가 있는 데, 분명 속 깊은 곳에 불만이 존재한다. 나는 괜찮다고 애써 외면하고 싶고, 금방 벗어날 거라 생각하지만, 항상 모자르다. 사람의 내면은 의외로 말주변이 좋고, 들어줄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 그럴때는 제대로 들어주기만 하자. 사회적 통념 및 나의 소역사에 의한 잣대를 들이대며 타이르지 말자.
작가는 이야기와 더불어 알맞은 시들을 제시한다. 마음에 드는 시 하나.
흰 부추꽃으로
박남준
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싶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그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꺾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꼬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부추꽃 그 환한 환생